2차 연성 백업

거짓 웃음에 대해서 (유마치카유즈) [월드 트리거]

풍기양 2020. 2. 26. 04:03

거짓 웃음에 대해서

-유마치카유즈

-원작과는 관계없는 2차 창작물입니다. 

 

BY.선풍기

 

오늘 훈련도 대단했네. 유즈루군.”

아니, 별거 아니야.”

네가 별거 아니면 내가 뭐가 되는 거냐~”

스나이퍼들의 합동연습이 끝난 뒤, 치카, 유즈루, 이즈호 3인방은 훈련실을 나오며 평소처럼 잡담을 나눴다.

과녁판에 개구리를 그릴 정도면 말 다한 거지~ 그렇게 정확히 맞출 수 있다니... 천재는 역시 다르구나~”

난 천재 같은 게 아니야.”

좋은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은 것뿐... 그렇지?”

자신을 보고 웃으며 말하는 치카를 보자 유즈루의 볼이 금세 붉어졌다.

... ”

고개를 살짝 돌리고 대답하는 그에게 나츠메가 가까이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그렇게 부끄러워하긴. 훈련 때의 개구리도 치카코가 좋아한다는 말 들어서 그렇게 한 거 아니야?”

“!!!! 그..그.. 그런 게.. 아니..”

그렇지만, 귀여웠어. 유즈루 군이 만든 개구리.”

봐봐, 사진도 찍었어.

활짝 웃으며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는 치카를 보고 유즈루도 살짝 미소 지었다.

그랬다면, 다행이네.”

‘아마토리양이.....’

역시... 이 녀석 치카코 좋아하잖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츠메가 빤히 자신을 쳐다보자 유즈루는 슬쩍 눈을 돌리며 열이 오르는 얼굴을 한 손으로 가렸다.

그런 게... 아니라니깐..’

치카!”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그들은 발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보았다.

유마군!”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자신에게 뛰어오는 흰 머리칼의 소년을 웃으며 마주하는 치카의 모습에 유즈루는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개인 랭크전에 간 거 아니었어?”

아니, 키누타 씨가 나에게 볼일이 있다고 그래서, 오사무랑 갔다 오는 길.”

그렇구나. 오사무 군은?”

방위 임무가 있데. 난 지금 치카의 말대로 개인 랭크전을 하러 가려고. 치카는?”

연습이 끝나서, 이제 타마 코마 지부로 돌아가 보려고 했어.”

그래? 도중까지 가는 길이 같으니까, 나도 같이 갈게.”

.”

똑같은 제복...’

같은 팀이라는 유대가 퍼트리는, 자신은 모르는 친근감. 물론, 유즈루 자신 또한 팀이 있고, 나름대로 친밀과 유대도 가지고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타마코마 제2, 아마토 리와 쿠가의 대화에는 단순한 팀원끼리의 친밀감이란 볼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둘이 서로를 대할 때의 목소리, 눈빛, 손길.... 그것을 볼 때마다 그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곤 했다. 매우, 뒤틀리고 찌그러진... 까만... 무언가를.

에마... 선배라고 했던가?”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흠칫 놀라 그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앞에서 치카와 대화하던 유마가 어느새 자신의 옆에 있었다. 앞을 보니 치카는 나츠메와 무언 갈 즐겁게 얘기하며 걷고 있었다. 나츠메의 말에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끔 웃는 모습. 그녀를 알게 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저 웃는 얼굴이었다. 항상 똑같이 웃고 있지만, 각각 다른 감정을 담고 있는 미소들. 자신을 향한 칭찬이 부끄럽다는 수줍은 미소, 곤란한 얘기를 할 때의 미소, 남을 칭찬할 때의 진심이 담긴 미소... 그리고 조금 전에 보여줬던 정말 즐거운 미소. 모두 같은 웃는 표정처럼 보여도 달랐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 그는 궁금했다. 항상 저렇게 웃는 표정이면 슬플 때나 화가 났을 때는 어떤 표정을 짓는 걸까. 그건 조금 걱정이 담긴 궁금증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녀는 진심으로 마음을 연 사람 앞에서만 우는 걸지도.

그렇다면...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년은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본 걸까. 욱씬. 가슴에 무언가가 깊게 찔리는 느낌이 들었다.

“... 나에게 뭔가 할 말이라도?”

아니 아니, 뭔가 나츠메랑 같이 치카와 자주 같이 있는 것 같아서~”

싱글거리면서도 그의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다.

우리 치카랑 사이좋게 지내줘서 고마워.”

“.... 별로.”

자신의 목소리도 차가워지는 걸 느끼며 그가 덧붙였다.

내가 좋아서 같이 있는 것뿐이고.”

헤에-”

유마의 웃는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럼 에마 선배는, 우리 치카를 좋아하는 거야?”

“!!!! 무..무.. 무슨 말을.. 그런 거 아니야.”

급히 고개를 돌려 부정하는 유즈루를 본 유마의 얼굴에서 순간 웃음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내 다시 입꼬리만 씩 올리며 그가 말했다.

선배, 재미없는 거짓말을 하네.”

반박하려고 마주친 그의 적안은 섬뜩했다. 자신의 마음속 깊은 것들까지 모두 꿰뚫어 보려는 눈빛. 유즈루는 입을 다문 채 마른침을 천천히 삼켰다.

,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 줄도 모르는 것 같지만.”

피식- 웃으며 유마는 손깍지를 껴 머리 뒤로 올렸다.

그래, 이 소년도 잘 웃는 사람이었다. 소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웃는 표정은 감정을 읽기 어렵다는 것일까나. 그야말로 완벽한 포커페이스였다. 그러나 유즈루는 이번만큼은 그의 미소에 담긴 감정을 정확히 읽을 수 있었다.

적의.

그와 같은 팀인 카게우라가 느끼는 살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 이런 걸까. 입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다가오지 말라고. 어쩌면 그냥 자신의 착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그럼 치카코, 나중에 봐. 꼬맹이 선배랑 유즈루도 안녕~”

잘 가. 이즈호.”

치카가 손을 흔들며 나츠메를 배웅했다. 유마와 유즈루도 나츠메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했고, 그녀는 허둥대면서도 손을 흔들며 대답해주고는 얼른 기지 복도를 뛰어갔다.

나츠메 급해 보이네.”

학교 숙제를 깜박했다고, 얼른 집에 가봐야 한데.”

후후후, 이즈 호도 참, 덜렁댄다니깐. 즐거운 듯 웃는 치카를 보는 유마의 눈은 부드러웠다.

그래. 자신의 착각이라기엔 너무 비슷하다. 그가, 쿠가 유마가 그녀를 대하는 모든 행동, , 태도가, 자신이 치카를 대할 때의 그것과.

거짓을 읽는 사이드 이펙트... 인가.’...인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한 능력이다. 자신이 애써 부정해 왔던 감정까지도 밝혀낼 정도니. 처음엔 그저 자신의 스승과 단점이 닮아서, 어떻게 보면 동질감과 일말의 동정으로 그녀를 대해 왔었다. 그게 언제부턴가 같은 스나이퍼 동료로, 친구로, 대하는 방법이 점점 달라졌고 지금은 그녀의 미소뿐만 아니라 눈물도 닦을 수 있는 사이를 바라고 있었다. 유마가 그의 마음을 읽었을 때, 생각보다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미 자기 자신도 알고 있던 사실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유즈루 군의?”

하지만 이왕 들킬 거였으면...

.”

너에게 제일 먼저 들키고 싶었는데.

그럼 여기서 안녕이네.”

“유즈루 군,.”

에마 선배, 앞으로도 우리 치카를 잘 부탁합니다.”

허리를 숙여 자신에게 인사하고는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씩 웃는 그가 치카를 데리고 천천히 자신의 눈앞에서 멀어져 갔다.

‘....... 나한텐 가망이 없으니 물러가라는 건가.’

이상했다. 자신에겐 남의 마음을 읽는 사이드 이펙트 따윈 없을 터인데. 왠지 모르게, 저 붉은 눈이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 맘대로.

. 너희도 잘 가. 쿠가군...하고,”

누구 맘대로... 물러가라 말라야.

“치카.. 양”

자신의 이름을 들은 그녀가 천천히 뒤를 돌아 자신을 향해 활짝 웃었다.

! 바이바이바이 바이! 유즈루군!”

무심결에 말해버린 그녀의 이름에 당황하여 얼굴이 새빨개진 그도 살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 옆에 있는 또 다른 그는 잠시,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유즈루가 시선을 돌려 유마와 눈을 마주쳤다.

 

난 포기 안 해.

“.... 순 겁쟁이인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네.”

그가 고요히 중얼거리며 슬- 미소를 지었다. 싸우면서 궁지에 몰렸을 때, 나오는 차갑고 날카로운 웃음이었다.

, 그렇다고. 넘겨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치카, 기분이 좋아 보이네.”

.. 그런가? 사실... 처음이거든

유즈루 군이 내 이름 불러 준 거.

그렇게 말하며 짓는 네 수줍은 미소가 싫어.

뭔가... 유즈루 군하고 좀 더 친해진 것 같아서... 기뻐.”

헤에...”

거기까지만. , 좋은 친구로까지 만 지내줘. 치카.

유즈루 군.. 스나이퍼에 대해서 이것저것 잘 알려주고 사격도 정말 잘하고... 뭔가..대단하달까.. 어? 유마군 개인 랭크전 하려면 저쪽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방금 지나친 거 같은데...”

, 괜찮아.”

뺏길 자신은 없어도

기분이 바꿨거든. 나도 타마 코마 지부로 가서 코나미 선배랑 대련이나 하려고

그렇구나.”

불안하거든. 지금 네 미소를 보고 있지 않으면.

“?!?! 유...유마군유... 유마군? 가..갑자기가.. 갑자기... 내..손은...왜?”

그냥. 잡고 싶어서.”

나만을 봐줘 치카.

그럼, 갈까?”

너에게만 진심으로 웃고 있는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