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연성 백업

긴토키+해결사 조각글[은혼]

풍기양 2020. 2. 26. 03:50

비가 오는데 우산은 없고 젖기 싫으면 그냥 홀딱 벗고 다녀

-원작과는 관계가 없는 2차 창작입니다. 

BY 선풍기(coka0708) 

 

 

비가.. 올 것 같네.”

긴토키는 어둑해진 낮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 그러고 보니, 그 날에도 이렇게 비가 왔었지.”

긴토키는 먼 예전의 기억을 끄집어 내려할 때...

뭘 과거 회상으로 넘어가려는 거야 긴상! 현실도피하지 말라고!”

긴토키 옆에 팬티만 입은 하세가와가 소리쳤다.

시끄러워!!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이라고!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 타임머신이 있는 곳을 기억해 내려했었다고!”!”

딸기 무늬 팬티만 입은 긴토키도 덩달아 하세가와에게 소리쳤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잖아!”

제길.. 그때 3번을 찍었어도... ”

아니, 3번은 기수가 너무 잘생겨서 재수가 없을 거라고 한건 긴 상이잖아.”.”

아니 아니, 6번을 찍었으면 2등이라도 하는 거였는데...”

“6번은 말꼬리 관상이 안 좋다며?”

“... 그냥 옆에 당신만 없었어도 잘 풀렸을 텐데!”

왜 그게 내 탓?!?”

긴토키의 푸념에 경악을 하던 하세가와는 가볍게 한숨을 쉬곤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 그가 내뿜은 담배연기가 어두운 하늘로 울려 퍼졌다..

, 우리가 하는 일이 늘 이렇지.”

난 빼줄래? 불행의 아이콘 하세가와 상만 없었어도 난 지금쯤 우리 애들하고 불고기 파티를 하고 있을 거라고.”

누가 불행의 아이콘이라는 거야.. 긴장도 뽑은 말 족족 다 꼴등이었으면서.”

아니지, 8등이 5, 9등이 4번이었어. 당신은 8등이 2, 9등이 7. 그러니까 불행력에서는 하세가와 상,, 당신이 승리자다.”

필요 없거든, 그런 초라한 승리.”

우르르- 먹구름이 드리우진 하늘에 천둥소리가 울렸다. 하아- 긴토키도 한숨을 깊게 내쉬며 낡은 절 입구 계단에 걸터앉았다.

제길... 또 녀석들에게 뭐라 한소리 듣겠구먼.”.”

녀석들이라니, 신파치 군하고 카구라 짱?”?”

. 이번에 경마에서 날린 돈, 어제 의뢰비로 받은 거 몰래 쌤 쳐 온 거거든.”

당신... 정말 구제불능이네.”

시끄러워... 원래는 몇십 배로 불려 올 예정이었다고...”

작게 신음하며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는 긴토키를 보고 하세가와가 작게 웃었다.

뭐야.. 뭐가 웃긴 거야. 서로 같은 인생 패배자인 주제에, 비웃는 겁니까 아~?~? 앙?”

아니, 신상 뭔가 걔네들하고 완전히 가족이구나 싶어서 말이지.”

뭐야, 뜬금없이. 그럼 불쌍한 우리 가족을 위해 그 남은 담배랑 라이터 좀 줘봐. 몇 배로 불려 올게.”.”

? 싫어!”

그럼 그 선글라스라도...”

선글라스와 담배는 마다오의 마지막 자존심이야. 그리고 몇 배로 불려 온다는 거 절대로 거짓말이잖아.”

아니, 마다오인 시점에서 이미 자존심이고 뭐고 없지 않아? 우리 집에는 괴수만큼 먹어대는 꼬맹이와 개새끼가 있단 말이야! 좀 도와줘라!”

나 먹고살기에도 바빠! 그쪽 집은 그쪽 가장이 알아서 하시라고.”

하세가와가 담배를 절 기둥에 눌러 지져 껐다. 먹구름이 점점 짙어져 가고,, 땅에서는 슴푸른한 비 냄새가 올라왔다.

이건, 한바탕 쏟아지겠구먼.. 난 그전에 먼저 가봐야겠어. 긴상은?”

지금 들어가면 애들한테 맞아 터질 것 같으니 여기서 비 오는 거나 구경해야겠어.”

그런가, 그럼 나중에 또-”

.”

손을 흔들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하세가와의 뒷모습을 긴 토기는 가만히 응시하다, 우르르- 하는 천둥소리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검은 먹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바람도 점점 세차게 부는 것이 하세가와의 말대로 한바탕 크게 쏟아질 것만 같았다.

케츠노 아나가 오늘은 맑음이라고... 아니, 그건 어제 예보였나.”

그가 검은 하늘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 그러고. 카구라 몰래 돈 가지고 나오느라.’

그는 먹구름이 드리우진 하늘을 보고서도 태연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자신에게 살짝 놀라고 있었다. 그날 이후부터, 이런 하늘을 보면 옛 기억의 파편이 자길 깊숙이 찌르는 걸 느꼈었는데. 살다보니, 이젠 그 파편들이 자신의 마음과 하나가 되는 날도 오는구나. 하고, 그는 빠르게 움직이는 먹구름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땐...’

하늘은 그때와 똑같았을지 몰라도 냄새는 확연히 틀렸었다. 푸릿푸릿한 비 냄새 대신 진하게 풍겨왔던 피 냄새... 절규, 미소, 그리고...

약속.

후회는 하지 않는다. 자신은 지켜야만 했었으니까. 하지만 돌이켜서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때는 비가 내려주지 않았나 싶었다. 점프에 나오는 흔한 클리셰들처럼 비라도 퍼부어 줬으면... 표정을 감추기엔 더 편했을지도 몰랐는데.

, . 이런 생각이나 하고.. 나도 카구라의 인디펜던스 데이 증후군이 옮은 걸까나?”

긴토키는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고선 비비적대며 일어나 터덜터덜 낡은 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후둑-

후두 두두두-

쏴아아 아아아아--

? 이게 뭐야?”

그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장댓비가 쏟아졌다. 미쳐 비를 피하지 못한 그는 자신의 콤플렉스인 천연 파마가 푹 젖어 얼굴에 질척하게 달라붙는 걸 그저 가만히 느끼고만 있었다.

쏴아아 아아-

거참, 시원하게도 내려주시는 구만.”

희미하게 웃으며 그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세찬 비로 인해 거무튀튀한 하늘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와 같은 하늘이거늘, 비가 왔다고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을까. 그는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자신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선생님, 잘 계시죠?

 

“-!”

계단 밑쪽에서 희미하게 자신을 부르는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상-!”

우산을 쓰고 자신을 부르는 소년의 안경알도 보였다.

“... 너희들..”

환하게 웃으며 우산을 쓰고 폴짝폴짝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소녀와 소년. 자신이 지킨 약속의 결과.

 

, 잘 지내고 있어요.

 

젖은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기며 그가 웃으며 카구라와 신파치를 반겼다. 제일 먼저 계단을 다 오른 카구라가 그대로 긴토키에게 달려가...

이 망할 천연 파마!!!!”!!!!”

그대로 니킥을 날렸다.

“피헥!”

긴토키는 그대로 날아가 빗물에 젖은 땅에 쳐 박혔다.

네 녀석! 뭐 하는 거야!”

당신이야 말로 뭐하는 거야! 의뢰비를 가져다가 경마비로 홀랑 다 날려버리고!”

어느새 올라온 신파치가 긴토키를 향해 소리쳤다.

아니... 오늘은 뭔가 운이 좋을 것 같았다니까! 10배로 불려 올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그때 3번을 찍지만 않았어도...”

운이 좋다는 게 돈 다 날리고 팬티바람으로 비 맞고 있는 거냐 해? 한심하다 해.”

팔짱을 끼고 아메바를 보는 듯 카구라가가 긴토키를 내려다보았다.

어이어이, 아메바는 심하지 않냐? 이거 받는 사람 이 긴 상이 최애인 사람이라고!”

.... 카구라는 미토콘드리아를 보는 눈빛으로 긴토키를 째려보았다.

등급 내려갔잖아! 미토콘드리아라니! 뭐야 그거! 보이기는 하는 거야? 째려볼 수는 있는 겁니까? 요 녀석야!”!”

당신 같은 인간말종은 미토콘드리아도 아까워요.”

신파치가 안경을 손가락으로 치켜올리며 긴토키에게 말했다.

아니,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말이야...”

네 놈이 의뢰비 날려먹은 탓에 할멈이 집세 찾기 전까지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해. 이제 우리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해.”

그 할망구가... 너희는 언제나 했던 것처럼 수학여행 2둘째 날 밤 작전을 실행했어야지!”

머리를 벅벅 긁으며 긴토키가 천천히 일어났다.

우리는 책상 서랍에 있던 의뢰비가 경마비로 사라져 버렸다는 걸 몰랐단 말입니다! 이 망할 천연 파마!”!”

.. 그..그랬었지.”

신파치의 고함에 고개를 약간 움츠린 긴토키가 슬슬 눈치를 보았다.

쏴아아 아아아--.

하아-”

에휴-”

하아..”

셋이 동시에 깊게 한 숨을 쉬었다. 그리고 흐르는 잠시의 침묵 동안 셋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약간 뻘쭘하면서도 너무나 익숙하고 그래서 살짝 미소지게 만드는 그런 친근감들이 서로의 눈에 가득 담겨 있었다.

저기... 미안했다... 의뢰비 다 날려 버린 거.”

됐어요. 지금 새로운 의뢰 들어왔으니까, 그거 해결해서 어떻게든 해봐야죠.”

이번에도 쓰잘 때기 없는 일로 날리면 내가 날려버릴 거다 해.”

이미 한 번 날라 갔었는데요?? 너랑 사다하루만 없었어도 우리 집의 가계는 안전했어!”

? 한 번 더 날려줄까 이 마다오가!”

“.... 죄송합니다.”

카구라의 눈빛에 존 긴토키가 사과하자. 신파치가 살포시 웃으며 그에게 우산을 하나 건넸다.. 힐끗 우산을 바라본 긴토키는 이내 그것을 집어서 펼치며 한마디 했다.

정말, 이미 다 젖었는데 우산은 뭐 하러 주는 거냐? 약 올리는 겁니까?”

감기 걸리면 안 된다면서, 카구라짱이.”

그렇게 말하며 카구라를 본 신파치의 시선을 따라 그도 카구라를 보았다. 입을 샐쭉 히 내맨 채 카구라가 중얼거렸다.

내 세 걸음 뒤에서 따라와라 해. 팬티바람의 변태와 같이 걷고 싶지 않다 해.”

급히 뒤돌아 계단을 총총 내려가는 소녀와 그녀를 따라 미소 지으며 느긋이 계단을 향해 걸어가는 소년. 그리고...

나 참, 누구를 변태로 만들고 있는 거야.”

이제 제법 웃는 일이 많아지게 된 아저씨한 명.

 

가끔은 좋구나.

 

“긴상!.”

빨리 내려와라 해.”

 

빗물에 흠뻑 젖어보는 것도.

 

알았다 요 녀석들아.”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비에 홀딱 젖은 남자는 천천히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