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연성 백업

깊은 저주는 사랑과 구분할 수 없다 (어마금 드림 알런×인덱스)

풍기양 2020. 7. 17. 08:45

-어마금 드림 창작

-현대 AU, 전생현생

-약간의 카미인덱 소재 주의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그녀를 증오해요.

 

“그러니까, 그녀는 곧 당신이죠. 당신이 기억 못한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당신을 기억하니까.”

 

자신을 ‘당신이 예전에 소환해 놓고 다시 봉인시킨 악마’라고 주장하는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나를 바라보았다. 증오와 비정을 담은 붉은 눈동자와 파란 눈동자가 컬러랜즈가 아니라는 것이 그가 진짜 악마일지도 모르는다는 내 의심에 신뢰성을 주고 있었다.

 

“나는 거리에 나뒹구는 그저 그런 하급이 아니에요. 그래서 당신은 나를 소환하기 위해 자신의 수명의 3분의 2를 써야 했어요. 사실 그렇게까지 해도 소용 없을 수 있었죠. 이 내가 한낱 인간의 소원에 흥미를 가질 가능성은 적으니까. ”

 

알런... 왜 이러는 거야?

 몇번이고 그렇게 묻고 싶었던 입술은 열리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그의 저택같은 집 안에서 나는 화려한 식탁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그가 나를 의자에 꽁꽁 묶지 않았음에도 내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는 것 또한 그가 실제로 존재하는 악마라는 증거였다.

 

“당신의 소원은... 인간 치고는 특이했죠.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싶다. 난 당신의 소원 보다는 그 눈빛이 마음에 들었어요. 세상을 구성하는 진리를 알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행복이나 목숨까지도 내던질거라는 그 의지. 그런게 눈에 보였죠. 가끔은 이렇게 재밌는 인간도 나오는구나. 그게 제가 당신의 계약자가 된 이유였어요.”

 

그는 몇시간 전까지 나의 소중한 친구였다. 고아였던 나의 유일한 가족이자 여태껏 내가 살아올 수 있었던 지지대이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내가 그를 의지하지 않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을 것이다.

몇 시간전 내가 ‘알런 왜 한쪽 눈이 빨개?’ 라고 묻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내게 가장 상냥한 사람이었다.

아니, 이젠 악마라고 해야 하나?

 

“나는 당신에게 세상에 있는 모든 진리를 보여줬어요! ”

 

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자조적으로 소리쳤다.

 

“그런데도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죠. 보통의 인간들이라면 할 짓, 돈, 명예, 지위, 권력... 당신은 무엇하나 바라지 않고 그저 지식만을 탐구했어요. 난 그 점이 마음에 들었죠. 왜냐면, 당신은 어디에서나 있는 인간들하곤 달랐거든. 그건, 내것이었어요. 당신은, 나의 것이어야 했다고.”

 

알런을 알고 지낸 기간은 짧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나의 전생까지 합한다면 더 길었다. 내 전생에서도 그가 이렇게까지 흥분한 적이 있었을까?

 

“그런데, 그 버러지 같은 놈이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서는...”

 

그의 목소리가 놀라울 만큼 싸늘해졌다.

 

“나는 당신이 보통의 인간과는 다를 줄 알았어요. 그래, 인간의 멍청한 점은 하나 더 있었죠. 사랑! 그 자식이 당신에게 했던 말이죠. 그 자식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는데! 당신보다는 멍청한 인간들을 더 사랑했다구요! 그런데 당신은 내 말을 듣지도 않았죠. 그를 위해 내가 당신에게 선사했던 모든 지식과 진리를 바쳐가면서, 그가 세상이나 인간을 위해 바깥으로 나돌 때마다 구석에서 웅크려 울기만 했죠. 나는 당신 옆에 있었는데... 언제나...”

 

알런의 얼굴이 괴로움으로 잠시 일그러졌다가, 이내 다시 평온해졌다. 그러나 나는 왠지 그가 울고 싶어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그 자식을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부탁이야 그러지 마.

 

“부탁이야 그러지 마.”

 

그의 색깔이 다른 두 눈동자가 내 눈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내게 했던 말이죠. 그래서 나는 몇번이나 포기했어요. 내가 왜 그랬을까... 당신 몰래 그를 죽이는 것 정도는 간단했는데...”

 

나는 당신이 다정한 사람이란 걸 알아.

 

“아마도 당신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았나봐요.”

 

자신을 악마라고 주장하는 남자, 알런 리비우스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간절히, 너무도 간절히 진심을 전하려는 얼굴...그것이 나는

 

“그 후에 당신이 나를 배신할 줄 알았다면, 역시 그냥 죽여둘 걸 그랬어.”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왜, 그랬어요? 악마를 봉인할 수 있는건 소환자밖에 없어. 이제 기억도 다 날 거 아니에요. 말해봐요. 그날 왜 나를 봉인했는지.”

 

“……”

 

그가 내 입술만 열게 해줬다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말한 대로 지난 생의 기억은 또렷이 내 머릿속에 있었지만, 불행이도 나는 내가 해야 할 말이 그를 상처 입힐 거라는걸 알고 있었다

 

“인덱스...나는, 나는 봉인 당했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 괴롭지 않았어요. 내가 괴로웠던 건 당신이 나를 봉인시킨 사람이라는 것과, 내가 단 3일만에 봉인에서 풀려났다라는 것...”

 

“알런...”

 

“모든 지식을 얻은 당신이라면 알잖아요.”

 

아. 나는 그를 알고 지낸 모든 생애를 통틀어 저런 표정을 짓는 알런 리비우스를 본 적이 없다.

 

“악마의 봉인을 푸는 방법은, 봉인시킨 당사자가 죽어야만 한다는 거.”

 

“……”

 

“당신도, 당신을 지켜주겠다던 알랑한 말을 지껄이던 그 남자도 모두 죽었다는군요. 겨우 한 나라의 왕을 위한 전쟁에서.”

 

방금 전까지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 올리거나, 탁자를 주먹으로 퉁 치던 그의 손이 힘없이 아래로 향했다.

 

“그렇게 죽어버리지나 말지...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은게 많았다구요.”

 

“괴로, 웠어?”

 

내 말을 들은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그가 크게 웃었다.

 

“괴로웠냐구요? 오... 순진한 나의 인덱스. 아니, 아니죠. 나는 즐거웠어요. 당신이 다시 태어날 동안 나는 오직 당신에게 어떻게 복수할지만을 생각했죠. 당신이 환생하기까지 몇백년을 기다리는 건 그리 지루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나를 처음 소환했던 날 이후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죠! ”

 

그는 정말 재밌었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나는 당신의 유일한 사람이 되고자 했죠. 당신을 고아로 만든 것도 나였어요! 당신이 나만 의지하고 나만 바라보고, 세상에서 가장 나를 소중히 여길 때... 그때 나는 당신의 곁에서 사라질려고 했어요. 당신이 내가 없음으로 인해서 괴로워하는 걸 이 눈으로 지켜보려고 했죠.”

 

“…그말 진심이야?”

 

찰나, 나는 그가 가진 악마의 눈동자가 흔들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방해가 없었다면... 네. 그럼요.”

 

“방해?”

 

“카미조 토우마.”

 

아. 나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 또한, 그는 똑똑이 보았으리라.

 

“그가, 이번에도 당신에게 접근하더군요. 나에게서 당신을 뺏어가려는 거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어림도 없어요.”

 

그는 식탁 위에 있던 티포트를 들어 내 앞에 있는 찻잔에 홍차를 따랐다.

 

“오늘 밤, 당신이 이걸 마시면 당신의 기억은 모두 지워지게 되어 있었어요.”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말이죠. 그가 작게 덧붙였다.

 

“그런 다음 또 다시 당신의 유일함이 된 내가 당신을 데리고 멀리, 멀리 사라지려고 했죠.”

 

“토우마가... 나를 찾았을 거야.”

 

“찾는다 해도, 당신은 그를 기억하지 못하겠죠.”

 

내 입술에서 그의 이름이 나오자 알런의 말이 빨라졌다.

 

“하지만 뭐... 이왕 일이 이렇게 됐으니, 나는 꼭 알아야겠어요.”

 

알런은 내 두 손을 모아 잡으며,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를 올려다 보았다. 우리의 사정을 모르는 누군가가 보았다면, 분명 그가 내게 간절한 애정을 속삭이는 걸로 보았을 것이다.

 

“그때, 왜 나를 봉인시킨 건가요?"

 

토우마가 당신을 없애려고 했거든. 혀끝에 진실이 감돌았으나, 나는 온 힘을 다해 그것을 삼켜냈다.

 

“알런... 그건, 모두를 위한 일이었어.”

 

그가 쥔 내 손에서 그의 강해진 악력이 느껴졌다.

 

“인덱스... 당신은, 당신은 그를 사랑했나요?”

 

“알런은 어떤데?”

 

인간에게 역으로 질문받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악마의 두 눈동자가 살짝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말해줘. 알런은... 나를 사랑해?”

 

그는, 내가 전생에서 소환시키고 다시 내 손으로 봉인한 악마는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 애써 웃는 소년의 얼굴로 일어나 내 앞에 놓여 있던 홍차를 마셨다.

 

그리곤, 그는 입술을 통해 내 입 안으로 홍차를 흘려 보냈다.

 

‘아... 이게 알런의 대답이구나.’

 

홍차는 혀가 아리고 머리가 핑 돌만큼, 향기로워서 나는 그가 무엇을 숨기려고 했는지 아마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