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world! (알런덱스) [어마금 인덱스 외사랑 드림]
Hello, world!
인덱스 외사랑 드림 소설 (알런 리비우스✕인덱스)
BY.선풍기 (coka0708)
-오리주(드림주)와 원작의 캐가 엮어진 드림소설입니다.
-원작 하고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언제나 똑같았다.
권태, 지루함, 단조로움, 싫증. 똑같이 어리석으며 평면적으로 멸망하는 그들에게 그는 별다른 감상평을 남기기조차 귀찮았다. 다른 이들이 쉽게 손을 뻗는다는 욕망도 꿈도 대체로 다 비슷비슷했을 뿐. 겉모양만 조금씩 달랐지 주된 줄거리는 빼다 박은 양산품이었다. 그래서일까, 그가 단순한 변덕으로 이곳에 내려온 것은. 주변이 다 심심했으니 자신만이라도 조금 다르게 행동해보면 어떨까 싶었던 것일지도.
“봐봐 알런!”
그래서였을까?
“어제는 꽃봉오리였던 것이 오늘 활짝 피었어!”
그의 세상이 한 소녀에 의해 새롭게 열리게 된 것은.
-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비쳐 들어오는 빛들이 그의 금발 위에서 빠르게 지나갔다. 꽈악, 검은 가죽 반장갑의 주름은 짙었지만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 하지만 평소라면 가볍게 노크를 하고 들어갔을 의무실에 얼른 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간 걸 보면 그가 상당히 초조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인덱스!”
다급한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침대에 앉아 다리를 흔들던 소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생긋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알런!”
폴짝 침대에서 내려와 도도돗 그에게로 달려오는 소녀의 은발이 물결치며 반짝였다. 정작 남자는 자신에게 다가온 소녀를 조심스레 안아 들어 다시 침대로 옮겨 놓았지만.
“으우아... 알런, 갑자기 이렇게 옮겨 놓으면 좀 곤란할지도!”
“상처는? 어떤 상태죠?”
알런이라 불리는 남자, 필요악의 교회 네세사리우스에서 ‘핵심 기술’인 금서목록의 관리와 감시를 맡게 된 주교는 초조한 듯 옆의 의료를 맡은 수녀에게 물었다.
“소독하고 약을 발라뒀으니 금방 나을 거예요. 애초에 옅은 상처라...”
수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소녀의 길고 하얀 치맛자락을 슬며시 위로 올렸다. 아무래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심보였을 것이다.
“으아아! 아, 알런! 멋대로 숙녀의 옷을 그렇게 올리면 곤란... 아야!”
에메랄드빛의 눈동자를 크게 뜨며 소녀가 얼굴을 붉히기도 전에 그가 소녀의 무릎에 하얗게 붙여둔 사각형의 붕대를 만지자 그녀가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 아픕니까?”
허를 찔린 것이 싫었는지, 아님 그의 허락 없이 멋대로 돌아다니다 다친 것에 대한 죄책감인 건지.. 소녀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고개만 가로로 저었다.
“인덱스.”
“......”
여전한 침묵. 침대 밑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소녀를 올려다보던 주교는 결국 미간을 살짝 찌푸리곤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금 그가 눈을 돌리니 희고 가느다란 소녀의 다리 한가운데에 얹어진 새하얀 붕대 조각이 보였다. 그녀의 몸에 상처가 생길 동안 자신은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자신의 한심함에 치가 떨려왔다.
자신이 아닌 이가 인덱스를 만졌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인간이 인덱스의 상처를 보고 피를 닦아냈으며 상처를 치료하였다. 알런 리비우스가 아닌 다른 이가 인덱스와 접촉하며 그녀의 목소리, 웃음소리, 온기를 얻었다.
알런은 당장 저 조잡한 붕대 조각을 뜯어내버리고 조그만 생채기에서 나오는 인덱스의 핏방울을 모두 빨아먹고 싶었다. 자신이, 자신이 근처에 있기만 해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역시 그 멍청한 회의는 집어던지고 왔어야 했다. 잠시라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어서는 안 되었던 거다.
그때 그의 찌푸려진 미간에 툭, 하고 자그마한 온기가 닿았다.
“알런... 또 무서운 얼굴하고 있어.”
인덱스라 불린 소녀, 1만 33천 권의 마도서를 지닌 도서관은 다정히 미소 지으며 자신의 파트너의 앞머리를 매만졌다.
“.... 죄송합니다, 나의 인덱스. 당신을 무섭게 했나요?”
고요히, 그러나 확실히 고개를 젓는 소녀.
“미안해. 그... 알런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오려다가 넘어져 버려서...”
양손을 금실로 자수가 박힌 제 수녀 복에 파묻고 꼼지락 거리던 소녀는 그제야 자신의 죄를 털어놓았다. 아마 자신의 찌푸려졌던 미간이 신경 쓰였던 것이겠지. 확신에 가까운 추론에 도달하자 그의 입꼬리가 저절로 부드럽게 올라갔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다음부턴 그냥 저를 부르세요. 당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데려다줄 테니까.”
“우으으..., 내가 알런에게 가져다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고!”
“제가 직접 가서 보면 되는걸요. 굳이 나의 인덱스가 수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게 아닌데... 그런 거 하곤 조금 다를지도...”
양 볼을 부풀리다 홱 고개를 돌려버리는 인덱스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이 마치 보드라운 것을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상냥하게 빛났다. 어디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구석구석 그녀를 살펴보던 알런의 시선이 역시나 무릎의 상처에 오래 머물렀다. 작은 상처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이보다 더 크게 다쳤다면? 그런 그녀를 타인이 돌보았다면? 그녀의 추억 속에 그런 기억들이 쌓여간다면?
남자는 속 안의 검게 뭉쳐진 감정들을 비춰내지 않으려는 듯이 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 다쳐 오실 거라면 제가 당신에게 가는 게 낫습니다.”
그 말에 다시금 논리적으로 반박해보려는 인덱스의 작은 입술이 무언가를 말하려다 다른 일에 놀라선 크게 벌어졌다. 무릎 뒤와 자신의 등 뒤로 느껴지던 단단한 팔의 감촉이 느껴지더니 붕, 하고 그녀를 공중으로 뜨게 한 것이다.
“아, 알런! 내 힘으로 걸을 수 있어! 얼른 내려줬으면 할지도...”
“안됩니다. 이러지 않으면 또 이상한 무리를 해 다쳐 오실 거잖아요?”
묘하게 웃음기가 있는 알런의 목소리에 발끈한 인덱스가 고개를 돌리자 계속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그의 두 눈과 마주쳤다. 겨울의 서릿바람에 갈라져 튀어나온 석류알과 깊고 맑은 호수의 심연을 담은 것 같은, 서로 반대의 빛을 지닌 눈동자. 소녀는 자신이 이 두 눈을 처음 마주했을 때를 떠올렸다. 공허하고 시린, 무엇도 담지 않았던 창 너머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인 ‘호기심’이 남아 있어서, 당시의 그녀로서는 조금 놀랐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때와 지금, 둘 사이에 무언가가 달라진 걸까? 소녀는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소녀가 그와 진정으로 나누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이었기에... 그래서 소녀는 자신을 감시하던 다른 수녀의 눈을 피해 밖으로 나갔던 것이었다.
“저기... 알런.”
“왜 그러나요? 나의 인덱스.”
“그... 보여주고 싶었던 거, 지금 데려가도 돼?”
자신의 가슴팍의 옷가지를 움켜잡는 작은 손의 움직임을 그가 놓칠 리가 없었다. 살짝 고개를 숙여 발개진 뺨을 숨기려는 귀여운 노력과 그래도 미처 숨길 수 없었던 달콤한 목소리의 떨림마저도. 그래. 이래야지. 당신의 모든 목소리, 몸짓, 표정... 전부 나를 위한 것 이여야지.
“네, 물론이죠.”
그가 화사하게 웃으며 인덱스를 안은 손에 더 힘을 주었다. 그의 금발 위로 스테인드글라스의 그림자가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
“계약자.”
높지도 낮지도 않은, 호수 위의 안개처럼 평온한 음성이 인덱스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녀가 피어나듯 웃으며 뒤로 돌아 자신을 바라보자, 섬세한 석상처럼 미동이 없던 남자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린다. 마치, 성가시지만 자신이 건들 수 없는 무언가를 본 것 같은 모양으로.
“왜 그래? 알런?”
“원하지 않다면 내게 말해도 좋다.”
갸웃거리는 인덱스의 고개의 움직임에 따라 그녀가 머리에 쓴 길고 흰 천 자락이 나풀거린다.
그는 팔짱을 낀 채로 시선을 아래로 돌린다. 어쩐지,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하려니 꺼림칙했다. 얼마 전의 자신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었다. 저 소녀를 눈에 담을 때마다 주변의 것들이 미묘하게 어긋나 비틀려 버려서, 결국 곱게 짠 아라크네의 거미줄 같은 머리칼과 계절이 변하기 전 물들지 않은 나뭇잎의 빛을 띠는 눈동자만이 남아 버리게 된다.
“.... 이번 훈련에 대한 얘기다.”
아, 하고 그녀의 입술이 잠시 벌어지다 다문다. 호기심. 알런은 가장 자신에게 익숙한 감정을 앞세워 인덱스를 바라보았다. 그래야만 자신의 근본을 뒤틀어 버리는 무언가를 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 역시 괜찮을지도.”
소녀는 아지랑이처럼 덧없이 웃었다. 마치 모든 진리의 끝이 허무뿐이었음을 알고만 학자의 마지막 증언처럼. 그랬기에 남자는 더 애가 탔다. 그 이유는 아직 몰랐지만.
“이곳에 있는 것이 우리의 계약을 위해서는 효율적이라곤 하나 네가 쓸데없는 고문 훈련을 받다가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일이 성가셔진다. 널 되살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것을 매개로 계약을 하거나 널 되살리기를 원하는 다른 인간과 계약을 맺는 수밖에 없어.”
“음... 그렇네. 그럼, 알런이 무척 곤란해지는 걸까?”
“곤란하지는 않다. 다만 성가실 뿐이야. 그러니...”
“그렇다면 역시 괜찮아.”
분명하게, 그러나 상처가 남지 않도록 조심히 그의 제안을 잘라내는 소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남자는 얼이 빠진 채로 자그만 수녀를 바라보았다.
“알런과의 약속을 위해서인걸.”
“... 계약의 이행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가능해.”
“하지만, 마도서는 사람을 해치는, 위험한 물건이잖아. 그래서 구하기 어렵고... 여기라면 마도서를 안전하게 보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안 끼치고 읽을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 피해?
소녀의 말에 남자의 관자놀이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니까, 고작 그런 이유로 너는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건가. 남자는 팔짱을 꼈던 팔을 풀어 한 손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위로 쓸어 넘겼다. 고개를 약간 들어 자신보다 작은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면 의문을 품은 동그란 녹안과 마주친다. 성가셔. 보통의 인간들과는 다르니 더 귀찮았다. 하긴, 그래서 관심이 생겼던 거지만. 이미 소멸한 줄 알았던 안쪽부터 뭉근히 부글거리는 감각을, 참으로 오랜만에 느꼈다고 생각하며 남자는 피식 웃었다.
그냥 기절시켜서는 데리고 나가버릴까. 그 대주교를 따돌리자면 좀 힘들지도 모르지만 못할 건 없지. 더 이상 이상한 생각 해버리기 전에...
“그래도-”
남자는 훅 끼쳐오는 봄바람에 주춤거렸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하얀, 달큰한 어떤 꽃의 냄새에 위화감을 느끼자, 갑자기 자신의 두 손을 살포시 모아 잡으며 눈부시게 웃는 소녀가 있었다.
“고마워! 알런!”
“그게 무슨...”
“나를 걱정해 준거지? 나, 알런이 나를 생각해줬다는 것 절대 잊지 않을게.”
누가 누구를 위한다는 건지. 그런 당연한 반박이 튀어나와야 할 텐데. 난반사하는 햇살이, 주변에 낭자한 이름 모를 꽃의 향기가, 표정이, 익숙하지 않은 그 미소가, 그 순간이.
자극적이라고 해야 할까. 강렬하다는 말이 더 어울렸을까. 아니면, 인상적이었다고 말해야 하나. 자신이 알던 글과 말의 표현들이 전부 흩어질 정도로 그래, 소녀는 끔찍이도 섬연했다.
자신이 그것을 깨닫기도 전에 하얀 소녀는 훈련실로 들어갔다. 마법으로 처리를 했던 걸까. 몸은 들어갈 때와 다를 바 없이 깨끗했지만 그에게는 보였다. 이전과는 다르게 초췌해진 소녀의 얼굴빛과, 그럼에도 해사하게 웃으며 자신을 반기는 미소가.
‘어째서,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거지?’
그는 소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있어 미지의 것은 단조로운 이 세상에서 곧 흥미를 뜻했고, 흥미는 얼마 안가 즐거움으로 변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감각을 그는 새로이 알았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소녀의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무의미했던 하루에도 기록이 생겨났다. 오늘은 스튜라는 음식을 먹으며 웃었다. 오늘은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는 벌써 봄이라며 들떠했다. 오늘은 마도서를 읽으며 이전과는 본 적 없던 다른 표정을 지었다...
그런, 작고 투명한 조각들을 모아 보다가 문득,
그러다가 문득, 정말 홀연히 남자는 깨달았다.
갖고 싶다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다는 것을. 내 것, 오로지 나만의 것이라고 각인하고픈 감정을. 피부, 눈알, 머리칼, 부드러운 살과 그 안의 뼈까지 전부, 다! 숨기고 싶은 기분을.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공간에만 놓고 싶다는 생각을. 소녀에게 닿는 모든 것들을 짓이기고 밞아 터트리고 싶은 충동을. 아아, 자신에게 곱게 웃어주는 사랑스러움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오로지 자신만이 가져야 하는 순간들을. 욕망. 소유욕. 질투. 질투. 질투.
아- 좀 더 일찍 당신을 만났어야 했는데..
나의 기쁨. 나의 쾌락.
내 새로운 세상.
나의 인덱스.
-
뎅, 뎅, 뎅.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가 주홍빛 하늘을 가득 채웠다. 해는 사라지기 어둠과 가까운 그림자를 만들어 내어 성 조지 대성당의 뒷산에도 짙은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이 근처가 확실합니까? 더 이상 나가면 결계를 나가게 될 텐데요.”
“우으으... 분명 이쯤이었는데... 어두워져서 잘 안 보이는 걸지도.”
이젠 알런의 품에 안겨 있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인덱스는 고개를 쑥 내민 채로 열심히 풀숲을 눈으로 뒤적거렸다. 알런도 슬 주변부를 가볍게 둘러보았지만, 인덱스가 찾던 것을 같이 찾아보는 것 같진 않았다. 발끝 여기저기서 치이는 돌부리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결계의 끄트머리 부분인 데다 외진 산길이라...
‘이거, 나중에 인덱스를 감시했던 인간에게 한마디 해두지 않으면...’
“그런 것보다, 이렇게 위험한 곳까지 혼자 왔었다는 말이죠?”
“그, 그건... 아! 찾았다!”
또다시 시작되려는 알런의 잔소리에 진땀을 흘리던 인덱스가 무언가를 보더니 반색하며 몸을 버둥거렸다. 알런은 결국 웃음기 있는 한숨을 피식, 내쉬고는 몸을 굽혀 그녀를 땅에 내려주었다. 인덱스는 작은 손으로 풀숲을 여기저기 헤집더니, 얼른 이리 와보라고 손짓을 했다. 그가 그녀의 바람대로 가까이 다가오자, 인덱스가 의기양양하게 손으로 어떤 풀꽃을 가리키곤 소리쳤다.
“봐봐! 알런!”
그것은 붉은 노을빛에 금방 삼켜질 만큼 작고 새하얀 은방울꽃이었다. 동그랗고, 조심스레 닿으면 곧바로 맑은 소리를 낼 것 같은, 그런.
“어제는 꽃봉오리였던 것이 오늘 활짝 피었어!”
피어나는 건 당신이에요. 알런은 쓴웃음과 함께 말을 삼켰다. 대신 붉은 노을빛을 투명하게 반사하는 소녀의 은발을 살며시 어루만지다 그녀의 귓가로 넘길 뿐. 정말 당신은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는군요. 나는 당신이 이 작은 식물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조차 미치도록 싫은데.
“그렇네요.”
“그... 예쁘지, 않아?”
생각보다 담담한 알런의 반응에 인덱스의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졌다. 예쁘다, 예쁘다라...
“저에겐 당신이 더 아름다운걸요. 나의 인덱스.”
“그.. 그건...”
화악. 저물어가는 하늘보다 붉게 그녀의 뺨이 물들어지는 것이 그는 퍽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휙휙 바뀌는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즐거운지. 그걸 독점하는 것이 얼마나 유쾌한지.
“그.. 있잖아, 알런은 은방울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
“음... 이것이 독초라는 것은 압니다만.”
“틀림없이 행복해진다.”
“네?”
알런이 반사적으로 되묻자 인덱스가 입술을 우물거리다 산들바람이 부는 듯이 읊조렸다.
“틀림없이 행복... 해질 거라고, 말하고 싶었어.”
“.....”
“요즘 알런... 자꾸 무서운 표정 지으니까... 그, 나, 때문인 거지?”
“그건-”
“굳이 계약 같은 게 아니더라도!”
그녀가 다급히 그의 말을 자르며 외쳤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알런은, 나의 파트너니까... 그러니까, 꼭 행복해질 거야. 으으응, 내가...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가진 건 마도서의 지식뿐이지만... 그래도...”
모르는구나. 아직도 모르는 거야.
인덱스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뒤에서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온기에 말문이 막혀버렸기 때문에. 다리의 상처 때문에 안아 올렸을 때보다 강한 완력. 가끔, 인덱스는 알런이 자신을 안고 있을 때마다 무언가에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안겨 있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기분은... 들지 않는걸.’
당신은 모르는구나. 내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더 당신을 원하는지.
인덱스가 자신을 위해 꽃 같은걸 찾다가 상처를 입었다. 인덱스가, 자신을 위해.
단어들을 연결만 시켰는데도 뇌가 녹아버린 것 같았다. 마도서 도서관일 뿐이라더니, 언제 이 나를 이토록 안달 나게 해서 죽이는 마법을 배웠을까.
아아- 가둬 버리고 싶어. 나와 당신밖에 없는 장소에서 평생 그 말을 내게 말하게 하고 싶어. 인덱스, 당신만 허락한다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리 할 수 있는데.
나의...
“인덱스, 나는 지금도 행복해요.”
“정말?”
알런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사실을 조금 숨겼을 뿐.
“그럼요. 나의 인덱스. 신에게 맹세코, 저는 당신에게만큼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알런은 신을...”
“쉬잇. 어디서 누가 듣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톡, 검지로 그녀의 입술을 막은 알런이 나른하게 미소 지었다.
“진심으로, 고마워요. 나의 인덱스.”
나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어 줘서. 나의 새로운 세상이 되어 줘서.
“그래도 저를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요.”
더 이상 당신이 내게 베푸는 상냥함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조금이라도 흘러넘친다면... 그때는,
“저는 당신만 있어도 충분하니까.”
그때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나의 인덱스... 당신은 알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