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림자. (통행금지) [어마금]

빛, 그림자. 

 

by 선풍기(coka0708)

-통행금지(액셀러레이터라스트 오더)

-원작과는 관계없는 2차 창작물입니다. 
-0930편~암부 편의.

 

 

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금도 당신의 모습을 꿈에서 그려요.

 

.

액셀러레이터는 코끝에 닿는 빗물의 차가움에 눈을 떴다. 쏴아아아- 트럭 한 대가 빗물로 젖은 도로를 밟고 지나갔다. 인구의 70%가 학생인 이 도시의 밤은 ‘도시’ ‘도시’라고 하기엔 삭막하다. 검은 배경에서 드문드문 노랗고 하얗게 반짝거리는 것은 학구열이란 이름으로 팔아넘긴 학생들의 인생이다. 이 도시는 자신의 인생을 어른들에게 팔아넘긴 것을 깨달은 이와 깨닫지 못한 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인다고 해도, 결국 기계장치 안의 톱니바퀴일 뿐이지만. 그러나 자신이 톱니바퀴인 걸 모른 채 살아가는 이들은 행복이라는 축과 가깝다는 걸 액셀러레이터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단순한 근사치라 하여도, 지극히 환상과 가까운 거짓은 그냥 행복으로 여겨지길 마련이니까.

 

뭔가 신경 쓰이는 것이라도?”

 

츠치미카도가 묻자 액셀러레이터는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자신의 눈앞에서 씩 웃고 있는 이 금발의 삐쭉 머리도, 신기루가 빛의 굴절이었다는 걸 깨달아 버려 여기 있는 것이겠지.

 

오오-, 비가 내리고 있어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고. 미사카는 달님을 보고 싶었는데 하고 조금 풀이 죽어본다

 

그는 고개를 돌려 골목길 사이의 검은 하늘을 바라본다. 확실히, 이런 날은 달빛은커녕 별빛으로 착각할만한 인공위성의 빛도 보이지 않는다.

 

아아- 그냥.”

 

그는 가볍게 머리를 털어 가볍게 내려앉은 빗물을 털어낸다. 어둡고, 축축하고, 불쾌한 감각. 자신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배경에 시큼한 기억이 하나 불청객처럼 녹아 있었다. 떠올릴 때마다 악몽에서 깨는 것처럼 몸을 떨게 되는, 그런 비현실적인 기억을 그 꼬맹이는 뭐라고 말했더라.

 

귀찮은 걸 떠올렸을 뿐이야.”

 

망막 내에서 비눗방울처럼 떠오르는 그것들을 가라앉히려는 듯이 그는 벽에 기댔던 등을 떼어냈다. 분명, 자신이 손대면 터져버릴 것을 알기에. 액셀러레이터는 골목길 안 그림자 쪽으로 걸어갔다. 소중한 것을 그 자리에 두고 홀연히 잊어버리려는 듯이, 그렇게.

 

 

아예 몰랐으면 좋았을까. 아주 가끔 그는 생각해보기도 했다. 쓸데없이 적의 핸드폰을 보고 잔업이나 하러 가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할 때나, 아니면 길거리에서 우연히 왜 약국의 마스코트로 정해진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를 보게 될 때

 

아니면,

 

이제 이런 일 하지 않아도 괜찮아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옳은 말을 해본다.”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온기를 떠올리게 될 때나.

 

요시카와 키교우는 자신을 악당으로 꾸민 것은 자신들이라 말했다. 요미카와 아이호는 지금이라도 평범한 선인으로 돌아가기엔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꼬맹이는 그래도 자신들을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맙다고했다. 자신한테, 131명의 사람을 죽인 괴물한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지.

 

결국 지금 자신은 어디에 있는가.

 

더 이상 한 명도 죽어 줄 수 없어.”

 

그 말에 기대선, 자신의 존재를 결정짓고, 여전히 게으르게 지난날과 다름없는 악당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키기 위해서였어. 라는 변명이 웃기다 못해 멍청하게 들리는 건 알고 있었다.

아무리 멋들어지게 앞에 수식어를 붙인다 해도, 액셀러레이터는 예전과 똑같다.

 

굴복시킨다. 때려 부수거나 날려 버린다. 내려다보며, 짓밟고 비웃는다. 그리고, 죽인다.

 

그래도 당신은 그 온기를 포기할 수 없는 겁니까?

 

거기까지 떨어져 놓고,라고, 그 자식은 당연한 사실을 늘여놓곤 물었다. , 시시한 질문이라고 액셀러레이터는 생각했다. 뻔한 거라며, 바로 답을 내뱉은 자신도 이상했지만. 그래도 그는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받아도 같은 답을 내놓았을 것이다. 정말, 어리석게도.

 

-

무엇을 하고 있었어? 무엇을 보고 있었어?

내가 모르는 옆모습으로

 

있잖아, 사실 미사카는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언젠가 당신은 멀리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자꾸 당신에게 약속하게 했어.라고,. 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그때의 행동들에 정당성을 부여해봐.

교환일기 빼먹지 않고 쓰기, 퇴원하면 같이 해야 할 일의 목록 하기, 어디에도 가지 않기.... 미사카는 그때의 일들을 나열해보기도 해.

 

‘응.’라는, 미사카는 알고 있어. 당신이 사라져 버린 게 미사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미사카는 알아. 그러니까 당신에게 고맙다고 전해야 한다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당신을 보고 싶은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해.

 

.... 저기, 그때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어?

 

미사카는 미사카는 당신의 뒷모습밖에 보지 못했다고 한탄해 봐. 해제 코드로 정신을 차렸을 때, 겨우 눈밖에 뜨지 못했던 걸 미사카는 너무나도 후회해. 점점 캄캄한 곳으로 가버리는 당신을 막을 수 없어서 무척이나 슬펐다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이제야 조심스레 고백해보기도 해 봐..

 

그래서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전해주고 싶었어.

이제는 괜찮다고.

 

-

그날의 슬픔마저 그 날의 괴로움마저

그 모든 것을 사랑했었던 당신과 함께

 

주말이 되면 만날 수 있다고 했지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확인을 해본다.”

 

“... 예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깨닫는다는 건 무서운 것이다. 여태껏 자신을 이루던 근간들이 무너지게 되니까. 그는 자신에게 악의가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이 캐릭터 그림의 반창고를 고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밥솥으로 만드는 햄버거 조림 같은 걸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작고 하찮은 것들이 자신의 두려움의 근간을 바꿨음을 깨닫는다.

 

미사카는 벌써부터 다음 토요일이 기대돼서 죽을 것 같-- 오옷!...”

 

액셀러레이터는 핸드폰 너머의 들뜬 목소리를 실망하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자 자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늘 또 어떤 이들을 죽여야 한다는 것 또한.

 

“위험한 일.”

 

누구한테 속삭이는 거야. 액셀러레이터는 평소처럼 그렇게 자조한다. 설사 그를 증오하는 인간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사용해 그를 죽이려고 할지라도, 그는 살아남을 것이다. 액셀러레이터는, 학원도시의 1위는 그런 괴물이니까.

 

하지만, 액셀러레이터는 알고 말았다.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는 걸. 자신의 주변에 무엇이 새로 생겼는지, 자신의 안에 어떤 감정이 새로 싹텄는지. 그것을 깨닫게 해 준 이를 위해서라면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

 

살아남아서, 지킬 것이다. 그 미소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누구든 죽일 것이다. 누구든 좋으니 빌 것이다.

 

계획의 핵심이 되는 라스트 오더가 이대로는 조만간 반드시 붕괴하고 만다는 거라든가.”

 

그 작은 온기를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비굴해질 수 있었다. 원한다면 어떤 이의 목이든 갖고 올 수도, 자신의 목이라도 바칠 수 있었다. 설사 새까맣고 더러운 자신을 소녀가 다시는 안아주지 않을지라도, 액셀러레이터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러시아로 가라.”

 

그 빛 하나를 잃는다면, 자신은 정말 끝없는 어둠 속에 묻히게 될 것이므로.

 

-

내 생각보다 사랑했던 당신께

그 후로 생각대로 숨을 쉴 수가 없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에겐 분에 넘치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지킨다는 말은 위선이었고, 지키기 위해 악인이 된다는 건 기만이었다. 그래도 그는 소녀의 곁에 남고 싶었다. 빛의 곁에 있는 그림자이고 싶었다. 그런 죄스러운 욕망을 자신이 품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러나 그는 결국 어둠이었다.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비로소 생기는 것이었지만 어둠은 다르다. 어둠은 빛을 삼킨다. 자신이 있었기에 태어날 수 있었다고? 이보다 그를 조롱하는 말이 있을까.

 

액셀러레이터가 있음으로 인해 레벨 66 시프트 계획은 실행되었다.

액셀러레이터가 있음으로 인해 2만 명의 시스터즈들과 라스트 오더가 태어났다.

액셀러레이터가 있음으로 인해 131명의 시스터즈들은 죽었고.

액셀러레이터가 있음으로 인해 그들은 학원도시에 이용당하다 붕괴하게 된다.

 

결국 그가 원인이었다. 처음부터 그가 원흉이었고, 끝까지 그가 재앙이었다.

 

‘웃,...’

 

우리는 그런 족속들이야. 아무것도 지키지 못해. 1위는 자신의 발아래에 있던 2위의 말을 기억해 낸다. 지워버리려 했으나 끈적거리는 기름때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았던 단어들을 기억한다. 죽이면 돼. 부수면 돼. 구원 같은 걸 원하지 마. 우리들, 같은, 악당들.

 

‘웃기지.. 마...’

 

액셀러레이터는 처음부터 어둠이었다. 자신이 검은색인 줄도 인지하지 못했던 깊은 절망. 스러져서 사라져야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둠과 동화되던가.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행운이었을까, 기회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새로운 불행의 연장선이었을까.

 

어떻게 하면 되는 거냐... 빌어먹을... 어떻게 하면...’

 

오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던 백조는 자신이 절대로 그들 사이에 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행복했을까. 미운 오리를 읽고 그런 감상을 남기는 꼬맹이는 어떤 심정으로 자신이 저지른 일을 보았을까. 그럼에도 자신에게 까만 마음 한 조각도 없이 그렇게 웃을 수 있었나.

 

소녀는, 소녀와 그가 죽여 왔던 소녀들의 자매들은 오리였을까 백조였을까.

자신은, 오리인가 백조인가.

 

‘... 아마 평생을 걸쳐도 나는 거기에 낄 수 없겠지.’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있다. 어디에도 낄 수 없는 특별반. 흠집 하나 없는 책걸상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텅 빈 교실만이 자신의 있을 곳이었다. 어둠은 응당 그런 것이기에. 주변의 누군가가 있으면 물들여 버리기에. ‘아니라고 말한 그 꼬맹이가 이상한 거다.

자신에게 빛이라는 걸 보여준 이 세상이 이상한 거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셀러레이터는, 악당은 간절히 원하고 만다.

 

단 하나의 빛을 지킬 수 있기를.

 

-

 

그날 밤은 왠지 잠이 오지 않았어.

그건 아마 미사카가 열이 심하게 나서도, 어쩐지 심각한 얼굴로 나가버린 키 교우와 미사카를 안심시키려고 어색하게 웃는 요미카와 때문도 아니라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추론해봐.

 

그냥, 무언가를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자기 의견을 확실히 말해.

날씨는 맑았지만 베란다 창문은 열 수 없었어. 요미카와가 찬바람은 열 감기에 좋지 않다고 말해서 그랬다고 미사카는 이유를 덧붙여 보기도 해.

 

노랗고 밝은 달님이 둥그렇게 떠 있어서 참 예쁘다고 미사카는 생각했어. 새까만 밤하늘에 별님도 없이 혼자 있는 게 외로워 보인다고도 미사카는 생각했어. 그런데, 그때 말이지...

두둥실, 하고 당신이 달님 앞에 나타난 거야!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제일 중요했던 사실을 마지막에 등장시켜봐.

 

그때 몸에 힘이 없어서 당신에게 창문을 열게 한 게 미사카는 조금 아쉬워. 약속한 토요일보다 일찍 당신이 와주었는데, 직접 맞이해서 꼬옥 안아주고 싶었는데,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아쉬웠던 점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 하지만 현관문이 아니라 창문으로 들어온 당신의 예의범절에 대해서는 나중에 제대로 교육을 해놔야겠다고 미사카는 진지하게 생각했어.

 

안으로 들어온 당신의 울 것 같은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아아, 미사카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어. 하지만 미사카는 당신 앞에서는 울 수 없었으니까, 절대로 당신 앞에서는 그런 표정 보여주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까.

 

-

 

그래서 라스트 오더는 액셀러레이터를 껴안았다.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웃으면서 작은 두 손으로 그의 하얀 머리칼과 뺨을 고요히 쓰다듬고 속삭이면서.

 

“괜찮아,라고.”

 

아무 말 없이, 잃어버린 것을 찾은 것처럼 액셀러레이터는 라스트 오더를 껴안았다. 달빛만이 작게 겹쳐진 둘의 그림자를 희미하게 비추었다. 그 장면이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는 유일한 증거라도 되는 양, 호소하듯이.

 

 

반으로 잘린 열매의 한쪽처럼

아직도 당신은 나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