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치카 조각글 [월드 트리거]
-원작과는 관계없는 2차 창작물입니다.
-쿠가 유마 x아마토 리 치카
- BY. 선풍기(coka0708)
"꽃이 피듯이"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서서히 눈을 뜨자 창밖에 뜬 보름달이 어슴푸레 보였다. 오른쪽 뺨에 살짝 온기가 느껴졌다. 조금 커진 그의 손이었다.
"달이 지듯이"
천천히 그가 말했다. 여전히 푹 젖은, 낮고 무거운 톤이었다. 내 기억을 지배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 하곤 많이 달라졌는데도, 확실히 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눈을 깜박이자 초점이 돌아오면서 그의 얼굴이 확실히 보였다. 살짝 젖은 그의 붉은 눈과 마주치자 그가 일그러지듯 웃었다.
'또 자기감정을 숨기려고 하는구나.'
하지만 난 알 수 있어. 유마군.
"그렇게..."
그가 말을 하다 그만 멈추었다. 난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매만졌다. 달빛에 은은히 빛나던 그의 백발은 이젠 밤공기에 녹아들 만큼 까맣게 변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여전했지만.
"원래대로 돌아왔구나."
그는 지금 필사적이다.
"다행이다. 유마군."
나에게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성공률 3%. 다른 네이버 후드의 기술력을 사용해서 유우마군의 몸을 원래대로 되돌릴 가능성. 검은 연기가 몸 이곳저곳에서 새어 나오고 있던 빈사의 너를 본 나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치카... 이건 네 탓이 아니야."
"아니야 오사무군. 이건 그냥 단지.. 내 의지야."
그 3%를 위해 쓸 트리온 양이 엄청나게 필요하단 것도, 사람의 트리온을 이용하면 트리온 제공자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도 모두 알고 선택한 ,, 나의 의지.
그때 날 붙잡고 울던 계속 그도, 유리창 너머 커다란 기계에 의지해 숨만 겨우 쉬고 있던 너도 분명 날 말리고 싶었겠지. 그렇다고 자책은 말아줬으면. 지금 우리는 3%의 확률로 다시 만났으니까.
"유마군... 몸은 좀 어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채, 그가 조금 고개를 숙였다. 힘이 점점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난 앞으로 얼마나, 이 감촉을 느낄 수 있는 걸까. 수술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트리온 제공자의 목숨은 고작 몇 시간이라며 날 말리던 보더의 엔지니어와 의사분들의 말이 떠올랐다. 앞으로 몇시간 밖에, 그를 볼 수 없는 거구나.
스르륵- 그를 쓰다듬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가 내려가는 내 손을 꽉 잡아 자신의 뺨에 갖다 대었다.
"....치카."
여전히 젖어 있는 그의 목소리. 예전보다 약간 굵어졌나? 하지만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멋진 목소리다.
"꽃이 피듯이, 달이 지듯이"
그가 숨을 들이쉬었다. 아, 나도 조금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 같았다. 안돼. 웃어야 해. 그렇게 정했는걸.
"그렇게 널... 사랑했어."
그렇게 말한 그는 잡은 내 손을 끌어 입을 맞췄다. 마치 입에서 틀어 나오는 무언가를 막아내려는 것 같았다.
"나... 도.."
목소리가 젖어 있는 걸 눈치챘을까?? 계속 웃고 있기로 정했었는데, 전부 틀려버렸네.
"사랑했었어. 유마군."
예전보다 커진 그의 몸이 날 감싸 안았다. 이젠 제법 억세진 그의 팔이 날 강하게 껴안는 게 느껴져서, 한없이 슬퍼졌다.
꽃이 피듯이, 달이 지듯이
그렇게 한결같게
널 사랑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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